2009년 5월 7일

록산느 아줌마

매주 금요일 청소하러 와주시는 아주머니 이름이 록산느이다.

록산느는 집주인 아주머니의 전 남편의 집에 와서 청소를 도와주시는 분이시다. 집주인에게 아주머니 구해줄수 있느냐 물었더니 바로 전남편이 근처에 산다면서, 그 집에 오는 록산느를 소개해주었다. 내가 세들어 살게 된 이 집도 전남편과 이혼할때 위자료로 받은 것의 일부(!)라고 자랑하면서 말이다. 물론 집주인도 영어를 못하고 난 스페인어를 못하고. 회사 후배가 통역해 줘서 이 알게 된 사실이다.

이사 들어온 첫날, 작고 땅딸한 록산느 아줌마는 자기 집처럼 열심히 정리해주고, 쓰레기 치워주고, 큰 일들을 많이 해주었기에, 앞으로 매주 보자하였다. 이날 록산느가 볼리비아에서 오셨고 다 큰 청년 아들 셋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그 분은 영어를 못하고, 난 스페인어를 못한다. 손짓 발짓으로 대화를 했다.

록산느는 내가 한 쪽에 쌓아 놓은 옷가지 더미를 보고는 자기가 가져갈 수 있냐고 물었다. 서울에서 싱가폴 갈때 처리 못한 옷가지들. 고스란히 싱가폴에서 서울로 옮겨졌고, 다시 거기에 수북히 더해져, 서울에서 마드리드까지 따라온 헌옷가지들이었다. 옷은 물론, 가방까지 몇가지 챙겨 주었더니, 좋아하며 들고가셨다.

록산느를 만난지 벌써 5개월째. 그 동안 직접 부딪힌건 5번에 불과하다. 늘 내가 회사가 있는 시간에 오기 때문이다. 지난 금요일은 휴일이라 집에 있다가 록산느 아줌마를 다시 보게 되었다. 청바지와 티셔츠를 날렵하게 입으시곤, 이게 바로 내가 준 그 옷이라면서 너무 딱 맞는 싸이즈라 패션모델처럼 빙글 돌려가면 보여주신다. 내가 보기엔 꽉 끼고 부담스러울 정도였는데..이 날도 내 스페인어가 전혀 늘지 않았기에, 모든게 손짓발짓.

이날 대화가 길어지면서(?) 록산느는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내용을 반복적으로 얘기하기 시작했다. 이에 google translate 페이지를 열어 말하는 것을 받아 적었고 번역기를 돌렸더니. '이 집 주인 이름은 *** 인데, 나는 *** 의 전 남편집에 화, 목요일 두번 가며, 그 전남편 이름은 &&& 이다. 수요일은 까탈로니아 광장근처의 회사에 가서 유리창 청소한다. 블라블라블라. 내가 얼마전 수술을 했는데, 몸이 다 낫기도 전에 어머니가 큰 수술을 해야 해서. 블라블라'

이날 록산느는 나랑 거의 1시간동안 얘기하느라고, 집에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 더 늦게 돌아갔다. 록산느 아줌마가 수다떠시느라 일을 안하시길래, 속으론 '아휴..우리나라 아줌마랑 역시 다를바 없다' 했건만 뭐라 안해도(물론 표현할 길 도 없었지만) '소임을' 다하고 가셨다.

이제 이 록산느 아줌마는 내가 여기 스페인 와서 '업무'와 상관없이 가장 오래 대화한 '현지인'이 되었다. 정확히 얘기하면 '현지인'이 아닌 또 다른 '이민자'이지만 말이다. 여칸에 손짓발짓에서 구글번역기로 대화하는 수준으로 간 것도, 큰 발견아닌가?

이민자. 하니깐 여기 이민자에 대해 다음에 덜 졸릴때 써야겠다.

참. 록산느 아줌마에 꼭 전해야 하는 얘기가 있는데, 번역기로 문장을 만들어 놓고 출력해서 보여줘야 겠다.
내용인 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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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산느 아줌마, 집에 들어오시면 신발 꼭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어 주세요'
'록산느 아줌마, 바닥청소 깨끗히 해주세요. 우리는 맨발로 마루바닥 걸어 다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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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Unknown :

구글 번역기가 나름 꽤 쓸모있나 보네요
그래도 어딜가나 바디랭귀지로 대충 의사소통이 된다는게 신기 ^^ 뭐 내가 수업시간에 주절 주절 떠들었던 자료를 빌리자면 우리가 하는 커뮤니케이션 중 60-70%는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이라니 어딜가도 반 이상은 대충 통한다는 얘기죠ㅋㅋ